3월 3일 모임을 했습니다.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했어요. ○주님께서 톡방에 올려주신 책소개를 출발점 삼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책을 여러권 알게 되었고요, 알고 있던 책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에 + 사서님의 정리와 수고가 더해져 = 1/4분기 큐레이션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다음 번에는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로 했습니다. 개학, 대통령 선거, 날씨 등등 여러가지로 변화가 많은 시기인데요, 할 수 있는 한 많이 쉬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3월 17일에 뵙겠습니다.~
목차
1. 한밤이여 안녕
(Good Morning, Midnight (1939년))
2. & 어둠속의 항해
(Voyage in the Dark)
『한밤이여, 안녕』 & 『어둠속의 항해』
진 리스의 인물들은 여기저기 방을 옮겨 다니고 있어 보이는 옷을 사 입는, "가진 척이라도 해야 살아남는" 하층민입니다. 늘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는 편지를 쓰거나 도시를 정처 없이 걷다가도 죽을 듯이 피곤해 오직 잠을 자고 싶은 여자들. 이방인 여성으로서 유럽에 살며 작가 본인이 느낀 이질감과 공포가, 무기력하고 도저히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없어 보이는 이 여성들을 통해 표현됩니다. 그리고 대체로 물질적으로 성공한 주요 남성 인물들은 그런 그녀들을 가볍게 경멸하고 대상화해 버리고 맙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잘못된 사람으로 만드는 건 너무나 쉬운" 세상, 자신의 존재가 폄하되고 부정당하는 현실 속 마치 유령이 된 기분을 느끼며 어쩔 줄 모르는 그녀들은 끝없는 잠으로 도피하곤 합니다. 종종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되고 싶지도 않을 때면 저는 진 리스의 인물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계속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걷고 비록 상처받더라도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엔, 저도 조금은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진 리스 Jean Rhys. 1890년 8월 24일 ~ 1979년 5월 14일. 카리브해 의 도미니카 연방(출생 당시 영국 속령)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소설가
가난한, 젊은, 여성, 더구나 식민지 출신의 이방인이라는 사중의 억압이 작용하는 냉혹한 세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단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도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야 했던 진 리스가 자신의 언어로 신랄하고 고통스럽게 토해낸 이 기록은, 개인사를 넘어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처해온 수난사이자 제국주의에 의해 박탈되어온 식민지 사람들의 목소리로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며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영국령 도미니카(현 도미니카연방)에서 태어나 열여섯살에 가족을 떠나 영국으로 건너온 진 리스는 독특한 억양과 이국적 외모로 학교와 사회에서 소외당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경제적 지원마저 끊기자 코러스걸, 마네킹, 누드모델 등의 일을 하며 영국 각지를 떠돌았다.
그러다 만난 한 부유하고 나이 많은 영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버림받고, 불법 낙태수술을 받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겼다. 1914년 약 열흘간 검은 표지의 노트 네권에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던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이 자전적 이야기는 20년 뒤에 <어둠속의 항해>로 탄생했다.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
나이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유라, 김보라, 이슬아, 장혜영, 손열음, 전주연, 자야, 재재, 이수정 등, 9명의 여성들을 만났다. 그리고 살아 있는 대화로 구성된 생생한 삶의 이야기인 인터뷰라는 방식을 통해 2020년대 한국 여성의 역사를 기록했다. 9명의 빛나는 성취만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했던 실패와 실수, 현재 느끼는 불안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점은 여성들이 서로를 향해 보여주는 애틋하면서도 다정한 마음이다. 증조모 삼천과 새비 아주머니, 할머니와 새비 아주머니의 딸 희자, 엄마와 명희 아줌마, 지연과 친구 지우, 이들의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은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사람들은 동일한 공간을 살더라도 아주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장소는 경험이 일어나고 무르익는 곳인데, 성별,나이,계층 등에 따라 각자가 특정 공간에서 맺는 관계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엌, 연단, 교실, 광장, 거리, 쇼핑센터, 여행지, 장례식장, 화장실, 일터, 헬스클럽, 파티장, 회의장 등, 일상의 ‘장소’들이 성별이나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펼쳐지는지를살펴본다.
■ 류은숙 “평범한 여자의 일상을 이야기해야 해요”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북토크
매 식사 때마다 막내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저를 놓아야 하는 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일상을 다뤄야 해요. 수저 놓는 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법을 아무리 바꿔도 사회는 그대로일 테니까요.
인권 공부, 페미니즘 공부, 그러니까 삶의 공부는요, 골방에서 하면 안 돼요. 독학할 수가 없거든요. 안심할만한 사람들 속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서로 지적하고 발견하는 공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서 성찰을 해줘야 해요.
불멸의 영국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여동생이 있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녀에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 돈과 자기만의 방이 주어진다면 그와 똑같은 성취를 해 낼수 있었으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울프가 1929년에 펴낸 책으로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이다.
Virginia Woolf takes on the establishment, using her gift for language to dissect the world around her and give a voice to those who have none.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채 삼십 분도 되지 않는다.‘(p103)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또는 작가를 꿈꿨을 여성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울프는 저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동생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성 셰익스피어는 가정을 버리고 런던으로 도망가 극단을 이끌고, 각계 인사와 유쾌하게 농지거리를 하며 왕궁에까지 진출해 여왕의 엄격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테지만,
여성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남성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며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러다 자포자기한 그녀는 (독신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변변찮은 남편을 만나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면서 결국엔 작가로서의 인생을 완벽히 폐기 처분당하고 말았을 터다.
■ A Room of One's Own | Study Guide Virginia Woolf
19세기 후반의 외딴 시골 땅을 배경으로 한 " 누런 벽지"는 한 여성이 우울에서 극도의 위기로의 하강을 보여준다.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제한과 비활동성이 가해지는데 이는 편집증, 엉뚱한 상상, 환각, 그리고 마침내 정신분열로 이어진다.
(1) 작품발표직후- 좋은 평가를 받음- 내면 묘사, 섬뜩한 분위기 등. (2) 20세기 후반 이후 평가
1) 결혼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는 여성의 투쟁 2) 휴식요법에 대한 반발 3) 19세기 중상류층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심리적 억압 구조 4) 공포소설로서 5) 여성-남성, 아내-남편 관계의 ‘성의 정치학’으로 6) 정체성의 위기로 -물리적·공간적, 상징적·비유적 감금상태 7) 읽힐 수도, 기록될 수도 없는 여성 작가 정체성의 위기, 여성적 언어의 부재
"임신,출산, 양육을 하면서 모든 여성들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대해 경험과 이론 모두를 아우른 역작"
P. 363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인 노동관계를 통해 여성 노동을 갈취하는 것은, 따라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인 셈이다. 폭력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지, 주변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 축적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적 남녀관계를 이용하고, 강화시키고, 심지어 발명해내야 했다. 세계 모든 여성이 ‘자유로운‘임금 노동자,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면, 이윤을 착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3세계에서부터 제1세계까지 가정주부, 노동자, 농민, 창녀 등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점이다.
P. 139 이제 스물한 살이 된 큰아들이 앞 문단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늘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매 순간 상대방을 사랑하는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다. 나는 아들에게 설명하려고 애썼다. 여성들은—무엇보다 어머니들은—그런 식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여겨졌다고.
P. 159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한때 엄마였던 우리가 영원히 엄마가 아니라면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아이를 놔주는‘ 과정은—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지만—가부장제 문화를 거스르는 반역 행위다. 그러나 아이를 놔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겐 다시 돌아갈 자신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가부장제와 심리학이 결탁해 여성성의 개념으로 만들어버린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강력한 방식으로 자신의 신체와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육체와 신체의 변화뿐 아니라 성격의 변화도 느낀다. 종종 자기절제와 자신을 불로 지지는 고통스러운 행위를 통해 우리 안에 ‘내재했다‘라고 여겨지는 자질들을, 즉 인내심과 자기희생과 한 인간을 사회화하기 위해 사소하고 틀에 박힌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의지 등을 습득한다. 또한, 놀랍게도 우리가 알았던 그 어느 감정보다 더 강렬하고 격한 사랑과 폭력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낀다.
P. 224 “자의식 강하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여성은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우선 자신의 역사를, 지나치게 정치화된 여성의 몸을, 과거 창조적인 여성 천재들에 대해? 다른 시대, 다른 문화 여성들이 닦아온 기술과 기교, 기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이름을 잃고, 검열을 당하고, 침해를 당하며, 가치하락을 당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12. 나폴리 4부작
나폴리의 빈민지역에서 태어난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린 4부작 소설로서 세계적으로 '페란테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문제작이다. 1950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60년 동안, 두 주인공 엘레나와 릴라가 주고 받은 사랑과 고통, 연대와 배신,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질투- 즉 우정이 담겨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한던 주체인 여성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우정과 모성, 그리고 여성이 바라본 국가, 발전, 혁명,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여성의 삶에는 여성의 책이 필요하다. 도시건축가이자 국회의원을 했던 저자 김진애가 자신의 인생에 때로는 벼락처럼, 때로는 은인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다가온 ‘책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를 일깨운 여성 작가의 이야기, 여성 작가가 쓴 책 속 여자의 이야기는 어느새 이 책을 읽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되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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